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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라는 주제로 작업하기 위한 활자체로 윤슬바탕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슬바탕체는 단정한 세리프 형태를 가졌고, 날렵하게 사선으로 뻗는 획이 많기 때문인지 사용자는 윤슬바탕체에서 평범한 본문용 명조체의 맛보다는 손글씨의 개성이 더 느껴진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윤슬바탕체를 디자인하면서 특정한 용도를 설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 개인의 수필이나 시집 혹은 에세이에 주로 많이 쓰이는 것을 보았다. 그 이유로 가을이라는 주제어와 텍스트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재 작업 중인 신작 활자체를 써 볼까도 잠깐 고민했으나 아직 정식 출시 전이라 고사했다. 지큐 코리아, 2019
    좋아하는 브랜드 로고가 있나? 패션 브랜드와 그 외 브랜드를 하나씩 꼽아 달라. 그 이유는?
    DANSE LENTE, tamburins. 이유는 그냥 내가 작업했으니까. 그 외에는 ‘요즘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LOEWE, BOTTEGA VENETA. 나는 그때그때 취향이 계속 바뀌는 팔랑귀라 특별히 고정적으로 좋아하는 곳은 없다. 지큐 코리아, 2019
    가르치는 내용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다문화라서 서로 배우는 게 정말 많을 것 같다. 수업할 때 어려움이 있다면 알려달라.
    주로 저학년 수업의 경우는 활자체 디자인 자체에 낯선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활자체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를 포함해, 글자의 각 명칭이나 세부 요소들이 전체 타이포그래피에 어떤 인상을 만드는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같은 디테일한 고민을 처음부터 함께 해야 했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눈을 갖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자체를 많이 찾아보고, 써 보고, 형태에 대해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강의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지금의 학생들은 다양한 문자를 섞어 쓰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한글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라틴 알파벳조차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보고 써 온 문자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소재로 만나더라도 크게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어도비 한글 폰트 릴리스 기념 시리즈 아티클, 2022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매우 자기중심적인 편이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하는 삶을 추구한다. 주변 동료들은 늘 바빠 보인다고 하는데, 사실 바쁘다기보다는 안 바쁜데 바쁜 것처럼 살고 싶어서 그렇게 보이나 보다. 일이 있을 땐 일찍 일어나지만, 일이 없으면 늦잠도 자고 하루 종일 집에만 박혀 있기도 하고, 커피는 하루에 한 잔은 꼭 마신다. 그냥 누구나 그렇듯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매일 한 시간 정도 게임도 한다! 비애티튜드 매거진, 2023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각 브랜드 혹은 아티스트의 특질을 어떤 식으로 포착해 활자체로 시각화하나?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이다. 그 브랜드 혹은 아티스트가 지향하는 방향과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향점을 알고 나면 그 뒤 여러 가지 디자인적 요소를 접목해 활자체를 시각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오래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지큐 코리아, 2019
    요즘 활자체의 유행은 무엇인 것 같나? 앞으로는 어떤 활자체가 유행할까? 당신의 타이포그래피는 그 유행과 어떻게 조응하며, 혹은 반발하며 나아가고 있나?
    사실 잘 모르겠다. 일부러 유행하는 활자체들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요즘은 유행의 흐름이 특히 빠르기 때문에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애초에 포기했다. 온라인상에서 포장된 하나의 활자체가 유행을 타면 그 시기 웬만한 편집물, 광고 등에 모두 그 활자체가 쓰인다. 그렇게 한 번에 폭발적으로 소비되고 나면 사람들은 지겨워한다. 그러한 현상이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유행을 타는 것은 결국 타이밍이기 때문에 그냥 운이 좋아야 한다고 본다. 지큐 코리아, 2019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드문 분야다.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초기에는 활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두루 작업했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활자체 디자인 의뢰가 많아졌고, 지금은 ‘윤민구 타입 파운드리’를 이끌며 활자체 디자이너로 소개하고 있다. 활자체 디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늘 ‘문자의 얼굴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활자체·활자·폰트 등 여러 용어로 불리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타입페이스, 즉 문자의 ‘표정’과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기보다는 문자의 긴 역사, 맥락, 배경을 이해하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태도를 요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한화 시그니처 라이브러리, 2025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 달라.
    ‘태도’ 자체가 곧 철학이라고 본다. 창작은 보기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성과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좋은 창작은 좋은 태도로 대상을 대하는 것이다. 글자든, 제품이든, 사진이든 큰 상관없다. 먼저 좋은 눈을 갖고, 좋은 것을 보려고 노력하고, 좋은 것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좋은 태도로 만들어 내려고 하면 어떤 작업을 하든 좋지 않을 수가 없다. 항상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소외되기 쉬운 부분을 배려하고,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지 섬세하게 고민하는 태도 자체가 좋은 작업이자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먼저 되려고 노력하는데, 이거 쉽지 않다. 비애티튜드 매거진, 2023
    한글 활자체 내 라틴 활자체도 다들 열심히 만들었을 텐데, 굳이 다른 라틴 활자체와 맞추는 것에 의미는 있을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초기 한글 활자체에 들어 있던 라틴 알파벳은 디자인 퀄리티가 썩 좋지 않았다. 많은 디자이너는 위와 같은 이유로 섞어짜기 기능을 권장하고, 또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좋은 섞어짜기 작업을 타이포그래피의 기초로 배웠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 활자체 디자인의 수준이 높아지고, 외국에서 수학한 한국 활자체 디자이너들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으로 한글 활자체 안의 라틴 알파벳 디자인 퀄리티가 매우 높아졌다. ‘제대로’ 그린 라틴 알파벳 디자인이 한글 활자체에 포함된 것이다. 이제 섞어짜기의 용도는 단순히 좋은 라틴 알파벳과 한글을 말 그대로 ‘섞는 것’을 넘어, 타이포그래피 자체에 성격과 표정, 개성을 부여하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섞어짜기 방법은 기본 활자체 안의 한글과 좋은 라틴 알파벳 디자인을 그대로 쓰는 것이 될 테고, 섞어짜기는 좀 더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미적 취향을 드러내는 용도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기본적으로 단순히 한글과 라틴 알파벳을 어울리게 한다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하고 풍부한 타이포그래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느냐”가 지금의 섞어짜기 혹은 합성 활자체의 중요한 목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도비 한글 폰트 릴리스 기념 시리즈 아티클, 2022
    글자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한 벌의 활자체를 만드는 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
    한 벌의 한글 활자체는 기본적으로 2,780자로 구성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표준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글자들이 포함된 숫자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쓰지는 않지만, 사용자가 한글을 타이핑했을 때 만들어지는 글자들이 있다. 조어는 가능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그런 글자들까지 고려해서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최대 글자 수는 11,172자다. 최소 2,780자부터 최대 11,172자를 그려야 하다 보니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년 정도 걸릴 때도 있다. 디자이너에 따라 몇 년 동안 그려서 활자체를 출시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현대리바트 힌지 매거진,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