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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 달라.
    ‘태도’ 자체가 곧 철학이라고 본다. 창작은 보기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성과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좋은 창작은 좋은 태도로 대상을 대하는 것이다. 글자든, 제품이든, 사진이든 큰 상관없다. 먼저 좋은 눈을 갖고, 좋은 것을 보려고 노력하고, 좋은 것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좋은 태도로 만들어 내려고 하면 어떤 작업을 하든 좋지 않을 수가 없다. 항상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소외되기 쉬운 부분을 배려하고,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지 섬세하게 고민하는 태도 자체가 좋은 작업이자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먼저 되려고 노력하는데, 이거 쉽지 않다. 비애티튜드 매거진, 2023
    레터링과 활자체를 만드는 과정은 엄연히 다를 것 같다. 둘의 차이와 함께 활자체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해 달라.
    많지 않은 수의 단어나 문장 정도를 디자인하는 것을 레터링이라고 정의한다면, 활자체는 최소 한글 2,350자, 많게는 11,172자를 모두 디자인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당연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가끔은 매우 지루한 작업이 되기도 한다. 간판이나 영화의 제목처럼 레터링은 글자의 강렬한 인상과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몇천 자의 글자를 만들어야 하는 활자체 디자인은 글자들의 어울림과 균형이 중요하다. 활자체란 ‘폰트’의 형식으로 내려받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어떤 글자를 쓰더라도 하나의 활자체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컨셉진 65호, 2019
    이 활자체를 만들 때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어떤 글자를 만들고 싶었나?
    처음 윤슬체는 매우 굵은 제목용 활자체였기 때문에, 본문용 텍스트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굵기를 가늘게 조정하면서도 활자체 가족으로서의 특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었다. 윤슬바탕체 자체로서는 기존의 본문용 명조체보다 더 개성 있는 글자 표정을 가지면서, 동시에 작은 크기에서도 편하게 읽히는 활자체를 디자인하고자 했다. 지큐 코리아, 2019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좋은 사람. 비애티튜드 매거진, 2023
    좋아하는 브랜드 로고가 있나? 패션 브랜드와 그 외 브랜드를 하나씩 꼽아 달라. 그 이유는?
    DANSE LENTE, tamburins. 이유는 그냥 내가 작업했으니까. 그 외에는 ‘요즘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LOEWE, BOTTEGA VENETA. 나는 그때그때 취향이 계속 바뀌는 팔랑귀라 특별히 고정적으로 좋아하는 곳은 없다. 지큐 코리아, 2019
    당신이 디자인해 보고 싶은 브랜드 로고와 그 이유는?
    딱히 생각해 본 곳은 없다. 하지만 내가 봐도 너무 별로라 좀 바꿨으면 하는 곳은 많다. 요즘 유난히 패션·코스메틱 브랜드들과 자주 일하고 있는데 낯설고 어렵지만 재미있다. 고정적이고 불변의 특성이 강한 활자체, 로고라는 분야와 대중의 유행과 흐름에 민감한 분야가 만나는 역설적 지점이 흥미롭게 느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지큐 코리아, 2019
    당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스튜디오의 미래는 무엇인가?
    어떤 만화책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만화책 작가는 본인이 죽어도 만화 속 캐릭터들이 대신 살아가 주니 행복한 직업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그리고 얼마 전 글자를 만드시는 류양희 선생님께서도 “글자는 마치 살아 있는 자식 같아서 어느 순간이 오면 혼자서도 잘 살아 나간다”는 비슷한 말씀을 해 주셨다. 결국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내가 만들었거나 혹은 앞으로 만들 것들도 잘 살아 나갔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좋은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겠지만, 나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시적 공간인 ‘스튜디오’보다 일단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오랜 수명을 가질 수 있도록 완성도 있고 즐거운 작업들을 하고 싶다. 외국의 많은 활자체들은 몇십 년, 몇백 년 동안 다듬어지고 사람들의 입과 손에 오르내린다. 내가 없어도 사람들이 계속 내가 만든 것을 찾아 주고 써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다. 계간 그래픽 #29: 뉴 스튜디오, 2014
    서로 다른 두 문자 체계를 위한 활자체는 어떻게 디자인하나?
    인간은 처음부터 자신이 있는 주변 환경만을 탐험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콜럼버스가 마주한 아메리카 대륙이나 파이어니어 10호가 탐사한 목성처럼, 우리는 언제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발견하고 싶어 했다. 오늘날 세계는 훨씬 더 가까워졌다.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서로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도 더욱 많은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문자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발전해 온 문자 체계를 이해하고 그 형태를 디자인하는 일은 나를 포함한 오늘날의 활자체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도전이다. 잇츠나이스댓, 2019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나?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에 나오는 문장이다. 예전에는 노력하면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애쓴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더라. ‘찰싹’이라는 단어를 어느 만화책에서 봤는데, 그 말도 좋았다. 지금의 상황, 가치관, 생각, 컨디션, 건강, 주변 사람과 나눈 대화, 최근에 본 것 등이 마침 ‘찰싹’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아주 가끔 있다. 그 ‘찰싹’이 오지 않으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억지로 영감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가끔 운 좋게 영감이 올 때가 있는 것이다. 비애티튜드 매거진, 2023
    요즘 활자체의 유행은 무엇인 것 같나? 앞으로는 어떤 활자체가 유행할까? 당신의 타이포그래피는 그 유행과 어떻게 조응하며, 혹은 반발하며 나아가고 있나?
    사실 잘 모르겠다. 일부러 유행하는 활자체들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요즘은 유행의 흐름이 특히 빠르기 때문에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애초에 포기했다. 온라인상에서 포장된 하나의 활자체가 유행을 타면 그 시기 웬만한 편집물, 광고 등에 모두 그 활자체가 쓰인다. 그렇게 한 번에 폭발적으로 소비되고 나면 사람들은 지겨워한다. 그러한 현상이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유행을 타는 것은 결국 타이밍이기 때문에 그냥 운이 좋아야 한다고 본다. 지큐 코리아, 2019